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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비교적 주제가 한정되는 편이다.

한정된 주제이다가 보니 다소 중복되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 지금까지 내가 포스팅한 글들을 돌아보니, 특히 수하물에 대한 부분이 비교적 다른 글보다 많다.

아마도 일반 방문객 입장에서는 수하물이나 항공권 이야기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가 전문적인 소재보다는 현실감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리다.

그래서 오늘도 수하물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번엔 수하물 분실율에 관해서다.

짐을 잃어버렸을 때의 난감함이란 ..

짐을 잃어버렸을 때의 난감함이란 ..

하루에도 수십, 수백, 수천대의 항공기가 공항을 드나든다.  공항, 특히 여객 터미널을 새로 건설할 때 가장 중요한 시스템 중의 하나가 BHS (Baggage Handling System) 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이 수하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재앙이라고 불러도 좋을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얼마 전 새로 오픈한 영국 히드로 공항, 제 5 여객터미널의 사례가 수하물 시스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2008/04/05 - [하고하고/항공소식] - 어설픈 공항 터미널 개장으로 5백억원 날려


연간 3천만개 수하물이 제때 운송되지 않아

SITA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해 동안 전세계 항공사가 운송한 수하물 중에 지연 도착, 파손, 분실 등 사고가 발생한 수하물 량이 3천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SITA 는 전 세계 대다수 항공사가 사용하는 분실 수하물 추적시스템인 WORLDTRACER 를 운영하고 있다.)

3천만개.... @.@

아니 !!  이렇게나 수하물 사고가 많아?

2006년 전 세계 항공기를 이용한 승객은 21억 3천만명에 달했다.   비율로 따져보니 약 1.4%, 1000명 승객을 수송하면 14개의 가방이 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1000명당 사고 수하물 갯수

1000명당 사고 수하물 갯수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겐 '생각보다 수하물 사고가 많네' 라고 느낄 것이다.

'수십 번 항공기를 이용했어도 한번도 수하물 사고를 당한 적이 없는데, 내가 운이 좋았던 걸까?'

'웬걸 !! 난 항공기 서너번 밖에 이용하지 않았는데, 벌써 두번씩이나 수하물 사고를 당했어.. 재수가 없어서 말이지'

유럽에서 2007년 최악의 수하물 사고를 발생시킨 항공사는 에어 포르투갈이 불명예를 차지했다.  무려 승객 1,000 명당 28개나 잃어버렸다.  평균 사고율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창피한 실적을....

(참고로 국내 항공사들은 1,000 명 당 약 3-4개 정도 수하물 사고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교적 수하물 사고율이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수하물 사고의 61%는 항공편을 2개 이상 연결하여 여행하는 경우에 발생했다고 하니, 항공편을 2개 이상 연결해 항공여행하는 분들은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찾지 못하는 수하물은 얼마나?

제때 운송되지 못한 수하물에 대해서 항공사는 전세계 수하물 추적 네트워크 (WORLDTRACER 등) 를 통해 수하물 추적에 나선다.  가방 모양, 색깔, 크기 등의 외형적 형태와 가방 내용물의 종류까지 확인해 시스템에 등록된 습득 수하물과 매치하여 수하물을 찾아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지막(90일)까지 찾지 못하는 수하물과, 반대로 주인을 찾지 못한 습득 수하물은 결국 폐기처분에 들어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처리되곤 한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찾지 못하는 수하물은 얼마나 될까?

2006년 기록에 의하면 204,000 개는 마지막까지 찾지 못해 분실 수하물 처리되었다고 한다.  수하물 사고 3천만개 중 대부분은 짐 트랙킹을 통해 찾았지만, 마지막까지 약 2십만개는 결국 찾지 못했다.


내가 수하물 사고를 당할 확률은 ?

연간 3천만개의 수하물이 제때 운송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는 전체 승객 대비 약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내가 항공여행을 할 때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파손 혹은 분실될 확률이 1.4% 로 100번 항공기를 타면 1번 혹은 2번은 수하물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잃어버린 수하물을 열심히 찾으면 대부분 찾을 수 있다고..  3천만개 잃어버린 수하물 중에 마지막까지 미궁으로 남은, 찾지 못한 수하물은 20만개 정도이니 전체 수송 승객 대비하면 0.01% 에 해당한다.  일만 번 항공기를 이용할 때 한번 정도는 수하물을 (영원히)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가?  이 정도면 항공 여행 시 수하물을 분실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시는 지?  아니면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 지..

GE에 의해 도입, 발전된, 백만번 (생산) 활동에 3, 4번 정도의 불량율(0.00034%)을 목표로 하는 6시그마 개념에 비하면 형편없는 불량율(수하물 분실율)이지만 공항이라는 외부환경, 항공사와 항공사간 업무 품질 차이, 사람에 의한 수작업 등을 감안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불량율이라는 생각이다. (너무 항공사 직원다운 생각인가? ㅋㅋ)

그러나 정작 수하물을 잃어버린 승객에게는 이런 확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0.01% 일지 몰라도 잃어버렸다는 것이 내게는 확률 100% 의미일테니 말이다.

사람마다 수하물 사고에 대한 느낌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겐 항공 여행 시 수하물은 100% 안전하게 운반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절대 맡겨서는 안될 것이 수하물' 이라는 불신을 가지게도 한다.

항공업계는 최근 IATA 를 중심으로 수하물 수송 시스템에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를 도입하는 등 전반적인 수하물 운송시스템 개선 작업 중에 있다고 하니 수하물 사고율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추가 - 2008.4.17)
  • 어제 IATA는 2007년 수하물 사고 실적을 발표했는데, 2006년에 비해 무려 25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약 4천 2백만 개의 수하물 사고가 있었고, 그 중의 3% 혹은 2000명 승객 중의 짐 한개는 영원히 찾지 못하는 미궁으로 빠졌단다.
  • 이런 수하물 사고로 인해 짐 한개당 약 90달러, 전체적으로 약 38억 달러 비용이 발생했다.
  •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지연 도착이 전체의 49%, 해당 항공기에 실리지 못한 경우가 16%, 티케팅이나 보안 문제로 인한 수하물 사고는 14%, 그리고 나머지는 도착지 공항에서의 미숙한 처리로 인한 사고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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