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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 아파트에 산다.

그 흔한 국민주택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25.7평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물론 나보다 더 작은 집에서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 그나마 나는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이라서 위로가 된다고 할까? 이것도 불과 몇년 전에 다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나와 아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애써, 빚 잔치 벌여가며 구입한 집이니 지금으로선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남들 보기엔 작아 보일지 몰라도 아직까진 내 눈에 가족 4명이 살기에 부족함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 부부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커 갈수록 집의 규모도 늘려가야만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작지만 계획도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가고 있다. 다음엔 20평보다는 조금 더 큰 27평이나 32평 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규모의 집을 구입할 때 쯤 되면 "89제곱미터", "105제곱미터" 짜리 집이 대세를 이루게 될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주택 규모가 생기냐구?"

아니다. 새로운 규모의 주택이 생긴게 아니라 어제(2007.7.1)부터 시행된 새로운 법정계량단위 시행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그 동안 우리들은 법정 계량단위와 비법정 계량단위를 혼용하여 이용하고 있다.
거리를 잴 때는 미터나 킬로미터를, 육류 등을 재는 단위로는 근, 관 등을, 집이나 땅의 크기를 잴 때에는 평, 정보, 마지기 등을 사용해 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별다른 생각없이 이들 단위를 자연스럽게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제부터 앞으로 하나의 단위로 통일해서 사용해야 하는 지금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흔히 사용하던 "32평 아파트", "금 24K 3돈"... 이런 표현들을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05제곱미터 아파트",  "금 24K 10그램" 등등

2006년 조사에 의하면 부동산 중개업의 88%가 "㎡" 대신 "평(坪)"을, 귀금속 판매업계에서는 71%가 "g" 대신 "돈"을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긴 식당에서도 1인분이 몇 그램인 지 표시하지 않아 종종 시비가 되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평"이나 "돈" 등의 단위는 원래 우리의 단위가 아니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보급되었다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독립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당시 단위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겠지. 표준화된 다른 단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뭐 어짜피 그 표준단위 조차 우리가 만든 것은 아니니 마찬가지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전 세계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그 단위 통일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번 비법정 단위 사용금지 시행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61년도 국제단위계를 법정계량단위로 정하고 비법정단위의 사용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시행 초기 몇년간은 제법 과거의 치수를 새로운 단위에 맞춰 사용하는데 시행착오와 혼란 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표준단위 체계, 즉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미국, 라이베리아, 미얀마 : 근거, 산업자원부 자료)가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어짜피 방향은 잘못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시행에 있어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표준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초기의 시행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경제나 소비자의 권익 등에 이로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 그 목적을 이루려면 말이다.
표준단위 체계

법정 표준단위 체계



표준 단위를 사용한다고 하니, 우선 떠 오르는 것이 각 산업, 분야별 특수성을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항공사만 하더라도 민간항공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피트, 파운드 등의 단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단위를 미터나 킬로그램으로 변경해야 하는 지, 만약 해야 한다면 전세계 관련 업계에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 지가 궁금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움직임이 보이질 않던데..

그리고 스포츠에 있어서도 그 단위를 표준 단위로 써야 하는 건지..
대표적으로 골프라는 운동은 그 거리를 재는 데 있어 야드라는 단위를 쓴다.
"굿샷 !!!"

"비거리 280 야드 입니다. ^^  호오 ~~ 대단합니다. "
뭐 지금은 필드에서 이런 대화가 들려 온다. 거리를 미터가 아닌 야드를 사용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시행 조치로 인해 스포츠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해서 표준 단위를 써야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라도? 아직까지는 스포츠 등에 사용하는 단위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부문도 장기적으로는 다른 표준화 흐름의 분위기에 맞춰 결국은 표준단위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우리 정부가 그 시행을 현명하게 추진해서 그 결과로, 이런 부문까지 표준단위를 적용해야 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런 표현들이 자연스러워질 지도 모르겠다.

"김사장님, 그린까지 150미터 남았습니다 ^^"

"저어~ 집을 구하는 데 크기가 150 제곱미터 정도되는 아파트 없을까요? (내 희망사항 ^^;;)"



그런데 이런 표준화 정책을 2001년도에도 한번 시도 했었다고 하던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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